전 세계 K-방산 무기수출 증대 속 방산기술 보호 중요성 인식해야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사진=한국방위산업연구소]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사진=한국방위산업연구소]

[아시아에이=최기일 교수] 올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국제정세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무기거리 시장에서 K-방산은 이른바 ‘진격의 K-방산’이라 불릴 만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건국 이래로 역대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당초 금년도 방산 수출 정부 목표치인 2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수년 내에는 전 세계 무기수출 국가 순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이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기술안보 시대에 있어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제정과 관련 제도 추진

오늘날 한 나라의 ‘국력’은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수단이자 목표가 된다. 군사학에서는 국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군사력과 경제력을 고려하는데, 하이테크 시대에는 기술력이 국력의 3요소로 추가됐다.

안보학에서는 ‘신흥안보’의 위협이 대두됨에 따라 이를 ‘신안보’ 또는 ‘포괄안보’ 등으로 정의함으로써 종래 전통적인 안보 위협 형태가 아닌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기술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정학(Geo-Politics)의 국제질서가 기정학(Tech-Politics)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특히 방위산업은 고도의 최첨단 무기체계를 필요로 하는 특성을 지녔는데, 이는 곧 방위산업이 태생적으로 기술 진부화의 진전 속도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첨단기술이 사장되는 속성을 내포함으로써 선진국형의 지식 기반을 추구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의 최첨단 기술 선도형을 지향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와 같은 방위산업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을 제정해 2016년 6월 30일부터 시행했다. 방위산업 기술을 체계적으로 보호 및 지원함과 동시에 국제조약 등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국가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입법 취지로 발의되어 특별법으로 법률안이 공표됐다.

최근 방위산업 기술 침해 유형은 다양화될 뿐만 아니라 고도화 및 복잡화되고 있는 경향이다. 관련 대표적인 형태로 임직원 포섭 등을 통한 기밀 유출, 사이버 해킹, 공급망 공격, 물리적 테러, 무기체계 기술 역설계, 불법 수출 및 외국인 투자 또는 공동개발 기술 탈취, 핵심기술 및 소재·부품·장비의 수출 통제를 통한 공급망 무력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ZTE 등에 대해 완전 판매금지 조치와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법안 이외에 미국 국방수권법(NDAA) 조항을 강화해 중국산 소재·부품·장비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던 배경은 방위산업 관련 기술에 대한 일종의 보호 조치였다.

이러한 방위산업 기술 침해와 유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이외에도 방위사업법, 대외무역법, 국가정보원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방산보안업무훈령, 방산기술보호지침, 국방사이버안보훈령 등 법안 재개정 등을 통해 더욱 강력한 보호 정책과 제도를 추진 중이다.

◇ 방산기술 침해 및 탈취 시도와 방산수출 증대로 대비책 마련 시급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서버에 대한 해킹 시도는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5년간 3만2646회 발생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설계부터 연구개발 및 생산관리까지 방위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기관과 방산업체, 군 관련기관 등에 대한 다양한 사이버 해킹 시도가 첨단 국방기술을 탈취하려는 목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위산업 관련 기술 침해와 탈취 등 사례를 분석해보면, 국가 방위산업 기반 및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 전략에 있어서 방위산업 기술 관련 공급망 안정을 통해 방산수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방산수출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0억달러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으나, 2021년 72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에 올해 200억달러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방산수출 규모가 크지 않았던 시기에는 방위산업 기술 보호 등에 있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는 다른 부문과 비교해서 다소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부터 향후 K-방산 수출 규모가 급격히 증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산 무기 수출방식은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형태의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 기술 및 제품 재판매 금지, 기술 도용 방지책 등을 불이행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등 방산기술 보호를 위한 촘촘한 제도적 안전장치 구축이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

◇ K-방산 생태계 조성 및 수출 경쟁력 위해 기술료 면제 연장해야

한편 방위산업 관련 기술 보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K-방산의 선순환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과 방산수출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도 기술료 조항에 대해 짚어볼 수 있다.

기술료는 국내 방산업체가 국방과학기술을 이전 받아 개발한 무기를 수출할 때 납부하는 제도다. 국방과학기술 혁신촉진법 제11조 '기술료의 징수 및 사용 조항과 국방과학 기술료 산정 징수방법 및 징수절차 등에 관한 고시'에서 관련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현행 기술료 규정에는 △국내에서 방산물자를 생산해 수출하는 경우와 △해외에서 생산하는 경우 △해외에서 생산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를 1 ~ 3% 범위에서 차등 적용한다.

그동안 방산업계에서는 기술료 부담에 따른 방산수출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수출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2021년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기술료를 전부 감면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치열한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에서 입찰가격의 0.1% 차이만으로도 수주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기술료 감면을 통해 방산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있어 긍정적 효과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해외 사례로는 △무기 수출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면 기술료를 면제해주는 영국 △수출 시 기술료를 면제해주는 이스라엘 △연구개발과 관련된 비용을 정부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프랑스 등이 있다. 이와 비교해 K-방산이 지속가능한 방산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 연말 종료되는 기술료 전부 감면 조치를 한시적으로라도 반드시 연장해줄 필요가 있겠다.

또 무기 수출 시 정부가 기술료를 영구적으로 면제해준다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기술료 납부를 위해 별도의 기업 재원을 마련해주던 금액을 경영효율화 및 이익 개선, 고용인력 채용 확대, 기술개발 등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는 120대 국정과제 중 106번째로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 확대 구조 마련'을 포함해 국가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수출 지원정책 추진방향을 천명한 바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료 면제 조항을 연장해 실효적인 국가 방위산업 육성 및 지속가능한 방산수출 증진 지원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방산업계와 국민들께 대통령의 K-방산 육성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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