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K-방산 육성 정책과 방위사업 특수성 고려한 계약제도 강구돼야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장 겸 군사학전공 주임교수 [사진=최기일 교수]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장 겸 군사학전공 주임교수 [사진=최기일 교수]

[아시아에이=최기일 교수]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건국 이래로 역대급 최대 호황기를 맞이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위산업을 언급하면 비리산업이라는 수식어가 자동으로 따라붙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는데,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에 실로 K-방산의 두각이 놀라울 따름인데다 새롭기까지 그지없다.

K-방산의 위상과 명성을 본격적으로 드높이게 된 신호탄은 폴란드발 대규모 무기 수출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게 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더욱이 올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각국은 저마다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글로벌 무기 거래 규모는 탈냉전 이후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에 따른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방위산업이 비리산업이라는 방산비리의 오명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유한 방위산업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위사업 추진과정과 결과를 자칫 혼동하여 비리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도록 각별한 이해와 면밀하면서도 세심한 관련 제도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방위산업과 방위사업 개념 구분을 통한 기본적 이해와 접근 선행돼야

‘방위산업(Defense Industry)’은 과거 군수산업 또는 국방산업으로 지칭했는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국방분야를 대상으로 관련 무기체계 연구개발이나 생산, 제조하는 산업을 말한다. 즉, 방위산업은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미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공공안보재라는 투자 성격이 짙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방위산업 분야를 공공의 영역으로 남겨놓고 있는데, 이는 방위산업 자생력의 확보가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국방서비스의 성격으로 인해 세계적인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른 전반적인 탈규제와 자유경쟁의 흐름이 전 산업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위산업은 지속적인 국가로부터 보호정책과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방위사업(Defense Acquisition)’이란 국방의 영역에 있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획득 및 조달하는 절차와 방법을 뜻하는 것으로 복잡한 사업절차로 구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국방의 무기체계를 획득, 조달하는 방위사업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고액사업이면서 1년 내지 2년 정도 소요되는 단년도 사업이 아닌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사업으로 추진된다는 필연적인 특성을 갖는다.

현행 국방조달 관련 방위사업 제도 및 업무절차는 미국에서 유래되었는데, 종합적으로 방위사업의 개념은 무기 및 장비 등 군수품 획득과 조달을 위해 수행하는 업무라 정의할 수 있다.

◇ 방위산업 특수성과 복잡한 방위사업 추진과정의 본질적 특성 고려해야

국가 방위산업은 일반적인 민간의 시장 논리를 단순 적용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분야로서 독점(獨占)적 수요자인 정부와 소수의 과점(寡占) 또는 독점적 지위의 공급자인 방산업체로 구성된다. 일반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정부로부터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로 인해, 방산물자 계약은 대부분 소수의 특정 방산업체 간에 경쟁입찰을 거쳐 개산계약 위주로 이루어는 구조이며, 실제 발생하는 원가자료를 근거로 정부와 방산업체 간의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 따라 계약금액이 결정되는 구조를 지닌다.

그리고 방위산업은 첨단기술을 지향하는 산업으로서 이는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산업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일반 민수산업에서는 다수 공급자들이 다수 수요자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므로 제품의 가격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동일한 제품을 다른 경쟁기업보다 저렴하게 공급해야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일반 민수산업에서 좋은 제품을 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방위산업에서 제품의 가치는 적을 격퇴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성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가 가진 무기보다 우월한 첨단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이는 높은 고비용을 지불해왔던 과거 냉전시대에는 중대한 고려사항이 되지 않았다.

또 기본적으로 방위산업은 고도의 최첨단 무기체계를 필요로 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는 곧 방위산업이 태생적으로 기술 진부화의 진전 속도로 인해 일반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급속도로 첨단기술이 사장되는 속성을 내포함으로써 선진국형의 지식기반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술 선도형을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방위산업은 쌍방 독과점적 특성과 규제 산업적인 특성 이외에 대규모 투자와 고정비용 비중이 높고, 기술집약적 산업이며, 국방과 관련 연구개발에 있어서는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자체를 중요시하는 경향 등의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특성들을 포함하고 있다.

◇ 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앞서 현행 국가계약법 검토 요구돼

현재 방위사업청에서는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국방조달에 있어서 방위사업 특징 등을 반영한 새로운 계약제도 도입을 위해 「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가칭)」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에서는 국방과학기술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도전적 연구개발 성실 수행 인정조건에 부합될 경우에 한해 지체상금 감면 및 유연한 계약 변경이 가능하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업체에 있어 계약 관련 불만을 조정 및 권고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 계약 관련 조정위원회 설치와 운영 등이 핵심골자로 포함됐다.

이는 지금의 국가계약법에 따른 제약과 방위사업법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미래 첨단 무기체계 연구개발 여건 조성을 통해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추진배경이 입법 제정의 주요 목적이 되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현행 국가계약법상에서 운영 중인 제도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가운데, 새로운 방위사업 계약 관련 신규 법안 제정만을 단순히 추진하려 한다면 입법기관인 국회의 문턱을 쉽사리 넘길 리가 만무할 따름일 것이다.

게다가 방위산업에만 국한해서 정부를 상대로 하는 공공조달 분야의 계약에 있어 일반적인 국가계약법 적용의 예외로 둔다는 것은 타 산업 분야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 참고할만한 사항이 있는데, 2018년 12월 4일에 공표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43조의 3항에 근거해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417호에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이 신설된 바 있다.

기존 ‘협상에 의한 계약’의 진보된 형태로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제도가 새롭게 시행됐던 것이다. 동 계약제도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구매를 위해 최적의 제안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가격보다 제안기술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첨단 무기체계 소요 관련 직결되는 방위사업 분야에 최적화된 계약제도인 것이다.

특히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제도에서는 경쟁적 대화 참여 간 발생하는 제안서 작성 및 평가과정에 있어 전체 사업예산의 15/1,00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후 탈락한 자 또는 발주기관의 귀책 사유에 따라 계약절차가 중단될 경우, 2회 이상 경쟁적 대화에 참여한 자의 제안서 작성 제반 비용을 보전해주도록 명시되어 있다. 주로 방위사업 관련 계약에서는 업체에 일방적 부담이 되는 제안서 작성과 평가를 기초로 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을 적용 중이므로 상당히 유의미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K-방산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 방위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어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선순환될 수 있도록 건전한 방산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시급히 새로운 방위사업 계약제도 마련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앞으로 정부와 방산업계 간 상생과 협업을 도모하고,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방위사업 관련 계약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치열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로 방산수출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최기일 프로필 ▶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학부장 겸 군사학전공 주임교수,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추진위원·홍보대사, 前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前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前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인재영입(11호)·선대위 세계5대강군위원회 공동위원장·국방안보특별위원회 부위원장,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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